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일까? 아니면 악한 존재일까?
약 40분 전, ‘커플팰리스’라는 예능을 보면서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출연한 부자 남성들이 이상형을 이야기하는데, 연봉? 직업? 모아둔 재산?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선택 기준은 단 하나.
"예쁜가, 안 예쁜가."
처음엔 좀 황당했다.
“아니, 결혼인데 외모가 전부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왜 예쁜 사람을 좋아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예쁜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곧 가치다.
그럼 이걸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왜 선한 사람을 칭찬할까?
그것도 선한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세상 모든 사람이 선하다면, 굳이 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숨 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여기서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한 걸까, 아니면 악한 걸까?"
아기의 본성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람의 본성을 알고 싶다면 어른이 아니라 아기를 봐야 한다.
아기는 세상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장 ‘날것’의 상태니까.
그럼 한번 가정해보자.
배고픈 아기가 있다.
그 앞에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이때 아기는 어떻게 행동할까?
A: "엄마, 아빠도 배고프겠네. 먼저 드세요."
B: "나 배고파! 나 먼저 먹을 거야!"
대부분의 아기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B를 선택한다.
배고프면 울고, 자기 먼저 먹으려고 한다.
또 다른 상황을 보자.
추운 겨울날,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는데 바람이 너무 차갑다.
아이는 엄마를 걱정할까? 아니면 자기 몸을 먼저 감싸려고 할까?
당연히 후자다.
이건 무슨 뜻일까?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남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챙긴다.
즉,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이 점을 두고, 고대 철학자 **순자(荀子)**는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
그가 ‘악하다’고 말한 이유는, 사람들이 범죄자라서가 아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본래 선한 존재라면, 배고픈 아이가 부모를 먼저 챙기고,
친구를 먼저 배려하는 것이 당연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왜 우리는 선한 행동을 배우는 걸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도덕, 예절, 법을 배운다.
부모님은 "동생 먼저 챙겨야지.", "남을 배려해야지." 라고 가르친다.
학교에서는 "바른 인성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한다.
사회에서는 법과 규범을 만든다.
이 모든 게 왜 필요할까?
만약 인간이 본래 선한 존재라면, 이런 교육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착하게 행동하면 되니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착함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지 않다는 강력한 증거다.
순자는 이것을 ‘예(禮)’라고 불렀다.
즉, 본능적인 악함을 다듬고, 사회에 적합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해 보이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배웠기 때문이다.
선은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훈련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만약, 사회가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만약 법과 규범이 없는 사회라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먹고 싶으면 남의 것을 빼앗고,
화나면 상대를 공격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힘으로 차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규범과 법을 통해 착함을 배웠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지만, 그것을 통제하고 선을 실천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한 사람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이다.
만약 모두가 쉽게 착할 수 있다면, 착한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착한 사람을 칭송하고, 가치 있게 평가한다.
‘커플팰리스’에서 돈 많은 남성들이 배우자의 외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예쁜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선한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도 명확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본능적으로 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이 가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본능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는 이기적이지만,
노력하고 배우면서 선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다운 이유다.